본문 바로가기

그림에세이

지니의 주인님처럼

눈을 뜨면 집에서 회사로, 해가 지면 회사에서 집으로, 밤이 되면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고 주말에는 밀린 빨래와 청소들. 누군가에게 칭찬받는 일도 아니고, 매일 해봐야 티도 나지 않는 집안일과 함께 공들인 시간들이 덧없이 흘러간다. 언제부터인가 대충 먹고 대충 입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정작 나 자신에게 소홀하게 되어 버린 것은 아닌 걸까?

 

에너지가 필요해

 

혼자라는 말은 너무 외로운가? 그래서 "우리"라는 단어에 길들여져 있었던 건 아닐까? 가끔은 나의 존재를 나 스스로 묻어 버리고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우리에서 해방되어 나에게도 돌아가는 약속을 잡아 보자. 한 달에 한번, 아니 일 년에 단 며칠만이라도 손꼽아 기다리는 그날처럼 나와의 약속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가족 또는 우리를 위해서가 아닌 오롯이 나만을 위한 시간! 


가족들은 일터로 떠나고 혼자만 덩그러니 남아서 찬밥으로 끼니를 때울 생각이라면 이왕이면 공들여서 색색으로 맛깔나게 한 상 차려보자. 임금님 수라상은 아니더라도.

 

집에 있을 때는 편한 게 최고라고 우기면서 아빠 러닝셔츠에 아들 반바지를 아무렇지 않게 꺼내 입는다.

옷장에 넣어둔 옷들을 꺼내서 이것저것 걸쳐 봐도 거울 앞에 서면 왠지 낯설어지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20대의 날씬했던 몸매는 사라지고, 뭘 입어도 어울리지 않는다. 이럴 때는 과감하게 줄무늬, 핫팬츠로 변신해보자. 마음은 가슴 뛰는 20대의 그대로 인 것처럼.

 

저녁의 창가에서 와인 한잔

 

저녁상 말끔히 치우고, 창가에서 노을을 바라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직도 모닝커피보다 노을 지는 저녁 마시던 와인 한 잔이 향기롭다고 느껴진다면 기꺼이 와인 한 잔 준비해보자. 매일 마시던 머그잔 말고, 눈앞에 있는 맥주잔 말고, 그럴싸한 와인잔에. 향기와 맛을 음미하면서 천천히 그 시간을 즐겨 보는 거다. 엄청 고급진 와인은 아니라도.

 

늘 팝송이나 가요만 듣다가 갑자기 클래식 음악을 들어본 적이 있다. 10번을 넘게 봤던 영화 중 쇼생크 탈출에 나왔던 명장면이 떠오른다.  주인공이 교도관들 몰래 음악을 틀었을 때, 천상의 목소리에 취해 찰나의 자유를 느끼던 죄수들의 표정들. 아마 내 표정도 그들과 같지 않았을까?

 

평소에 듣지 않던 음악에 빠져보는 건 어떨까? 가사는 알아들을 수 없어도 아름다운 선율을 잊을 수 없는 그들처럼, 프리티 우먼의 줄리아 로버츠처럼 나도 모르게 소름이 돋는 걸 발견할지도 모른다. 

 

예쁘게 변신하는 나

화장끼 없이 맨얼굴로 생활한 지 오래다. 생얼이 최고라고, 자연스럽게 나이 먹는 게 미덕인 것처럼 색조화장과 멀어진 지 한참이다. 늘어나는 주름과 색 짙어지는 기미 때문에 자세히 거울을 들여다본 지도 오래된 것 같다. 오랜만에 외출을 하거나 가까운 마트에 갈 때라고 폼나게 꾸미고 나가 보자. 윈도에 비친 모습도 힐끗힐끗

보면서.

 

최근에 우리들의 블루스라는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바로 나"라는 말이 무척 가슴에 와닿았다. 예전엔 드라마를 즐겨 보는 편이 아니었지만, 따뜻하고 배우들의 인간미가 느껴지는 드마라는 여운이 남아 몇 번을 봐도 질리지가 않는다. 대사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에 콕콕 사무치는 감동은 덤이다. 이런 것도 나이 탓으로 돌리기엔 괜스레 쓸쓸해진다.

 

내 인생의 주인공은 나야 나

 

1년의 반 이상을 우리를 위해 살고 있다면 가끔이라도 환상적인 순간을 선물해 보는 건 어떨까?

지니의 주인님처럼 하루를 즐길 수 있는 선물을 준비해 보자. 

인생의 주인공! 가장 소중한 사람! - 바로 나에게.

 

 

 

 

 

 

 

 

 

'그림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너무 많아서 탈이다  (0) 2022.10.26
작은 변화는 나를 춤추게 한다  (2) 2022.09.29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  (0) 2022.09.21
걸어야 보이는 것들  (0) 2022.09.11
일상과 친해지기  (0) 2022.09.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