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토리 썸네일형 리스트형 낙엽이 추억과 함께 지고 있다 아침 풍경이 달라지고 있다. 그림 액자처럼 보이는 창밖의 색깔들이 초록에서 붉은색으로 짙은 노랑으로 서서히 물들어가고, 발끝에서는 바스락 소리가 날 것만 같은 낙엽들이 바람에 맞춰 살랑살랑 굴러다닌다. 지난 시절의 내 옆에 있던 얼굴들이 문득 떠오르는 건 낙엽 탓일까? 친구라는 인연으로 만나서 우정으로 단단해지기까지 남남이었던 사람들이 있다. 냇물이 강물을 만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내 곁을 지나쳐 갔다. 그들 중엔 싸우면서 친해진 사람이 있고, 한 시절 정겹게 지내다가 멀어진 사람들이 있다. 친한 사람은 그 사람대로, 멀어진 사람은 또 그런대로 아쉬워지는 이유가 있다. 나와 함께 했던 시간과 공간이 지나가는 과거에 파묻혀지더라도 그 시절의 순수했던 감정들이 그리워지기 때문이다. 인생의 긴 여정에서 친.. 더보기 당신은 잘살고 있나요? "잘 먹고 잘살아라."는 말은 상대방에 대한 희망을 포함한 의미로도, 안 좋은 관계로 끝나는 남녀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잘 뜯어보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잘 산다는 표현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 않은가?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보이는 결과물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던 20대를 보내고 내 손에는 여러 장의 자격증이 들어왔다. 남들은 말한다. 자격증은 많은데 그걸로 뭘 할 거니?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나에게는 그 말이 자격증만 많으면 뭐 하냐는 말로 들리곤 했다. 제과제빵을 배울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자격증을 왜 따냐?"라고. "내가 할 수 있다고 말만 하면 믿을 수 없잖아요. 자격증을 보여주면 그 .. 더보기 서울이 아니어도 괜찮다 태어나지는 않았어도 자라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곳이 서울이다. 내겐 너무 익숙해져서 서울이 아닌 곳에 대한 향수 같은 건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가끔 바다가 그리우면 속초나 강릉에 잠깐 다녀올 뿐이다. 그런 내가 지금 서울이 아닌 곳에 생활하고 있다. 나에게 서울이라는 도시는 복잡하고 바쁘게 이동하는 사람들의 걸음이 끊임없이 오고 가고, 밤인지 낮인지 모를 불빛으로 깜깜한 밤을 보기 힘든 곳이다. 집과 직장을 오가며 지하철에서 만나는 사람, 버스에서 부딪치는 사람 모두 여유 없이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처럼 보인다. 아파트에서는 옆집과 아랫집을 배려하는 마음으로 소음을 참아내고, 놀이터에서 신나게 놀고 있는 아이들은 손에 꼽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다. 20년이 넘는 복도식 아파트에서 살다가 잔뜩 기대를 안고 .. 더보기 너무 많아서 탈이다 미니멀리즘이 화젯거리다. 언제 필요할지 모르니 버리기 쉽지 않은 물건들. 당장 쓰지도 않을 거면서 미리 사서 쟁여둔 물건들. 수집광도 아니면서 집안 가득, 방 안 가득 꽉꽉 채워져서 이제는 바라만 봐도 숨이 차오를 정도가 되어 버렸다. 너무 많아서 탈이 난 것이다.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다고 마트에서도 1+1에 눈이 저절로 가더니, 이제 생각하면 "지나친 물욕"이 아닌가 싶다. 실은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문제도 되지 않는 것을... 여기저기 널려있는 상자들이 눈엣가시처럼 신경이 쓰여서 큰마음을 먹고 정리를 시작한다. 1년 이상 입지 않은 옷들 먼저 분기 수거통에 넣어 버린다. 쿠션이랑 커튼을 만들고 남은 자투리들은 한 박스에 넣어 이쪽으로 저쪽으로 옮겨도 보고, 수영할 때 필요한 오리.. 더보기 계획대로 되는 일은 없다? 체촌을 하고 패턴을 뜨고 재단을 하고 마지막으로 재봉을 한 후 다림질로 마무리한다. 일련의 과정을 거친 다음에야 완성되는 한 벌의 옷은 하나의 작품이다. 혹시 옷을 한번 만들어 본 적 있나요? 옷이라고는 여고시절 플레어스커트를 만들어 본 게 전부인 내가 어설프게 옷의 공정을 얘기하는 게 우습기 도 하지만 옷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것은 중부 기술교육원에 다니고 나서부터다. 남성복 테일러링 과정을 배우면서 패턴이라는 걸 처음 그려봤다. 뭐가 뭔지 모르는 채 하라는 대로 따라서 그리면서 질문이 생기고 원리를 깨닫는다. 그렇게 6개월을 옷 만드는데 몽땅 바치고 나서야 내가 직접 입을 바지와 쟈켓과 코트를 완성해냈다. 광장시장에서 발품을 팔아가며 마음에 드는 원단을 고르고, 실을 고르고, 원단에 어울리는 단추를 고.. 더보기 걸어야 보이는 것들 가만히 귀를 기울이면 계절이 바뀌는 소리가 들린다. 봄이 왔다고 쑥쑥 고개를 내밀던 개나리, 분홍색으로 물들었던 철쭉들이 자취를 감추고 담장 너머 고개를 내밀던 장미가 작은 폭죽 터지듯 만발하던 게 엊그제 같은데, 요 며칠은 보라색 붓꽃이 고개를 숙이고 한들한들 코스모스가 바람에 흔들리고 있다. 시간 따라 선명해지는 계절의 색깔에 겸손해지는 아침이다. 나도 모르게 어느새 봉오리를 터뜨리며 그 자태가 대단하던 꽃송이들. 지나가며 쓰다듬어 준 적도 없고 무럭무럭 자라라고 물 한 방울 준 적도 없는데 소리도 없이 티도 내지 않고 부지런히 제 할 일을 하고 있었던가 보다. 아무것도 도와준 것이 없는데... 나만 혼자 바쁘다고 앞만 보고 달려갈 때 보이지 않던 것들. 문을 닫고 귀까지 잠가버려 들리지 않던 것들... 더보기 지니의 주인님처럼 눈을 뜨면 집에서 회사로, 해가 지면 회사에서 집으로, 밤이 되면 가족의 식사를 준비하고 주말에는 밀린 빨래와 청소들. 누군가에게 칭찬받는 일도 아니고, 매일 해봐야 티도 나지 않는 집안일과 함께 공들인 시간들이 덧없이 흘러간다. 언제부터인가 대충 먹고 대충 입고, 다람쥐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정작 나 자신에게 소홀하게 되어 버린 것은 아닌 걸까? 혼자라는 말은 너무 외로운가? 그래서 "우리"라는 단어에 길들여져 있었던 건 아닐까? 가끔은 나의 존재를 나 스스로 묻어 버리고 무시하고 있었던 건 아니었을까? 우리에서 해방되어 나에게도 돌아가는 약속을 잡아 보자. 한 달에 한번, 아니 일 년에 단 며칠만이라도 손꼽아 기다리는 그날처럼 나와의 약속을 잡아보는 건 어떨까? 가족 또는 우리를 위해서가.. 더보기 일상과 친해지기 반복되는 일상의 지루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방법 중에 하나가 여행이다. 금전적, 시간적 여유가 필요조건이라 충족되지 않으면 훌쩍 떠나기 쉽지 않다. 아니, 돈도 있고 시간이 있어도 떠나기 쉽지 않다. 요즘같이 코로나로 사람과 부딪치는 장소를 피하고 싶은 때가 올 줄도 몰랐지만, 일상이 주는 낯익음에서 벗어나기 싫은 게으름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공간적인 이동이 아닌 방법은 없을까? 고민 끝에 내가 좋아하는 일과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내가 좋아하는 일은 무엇일까? 아주 오랜만에 자문해 본다. 쉽게 바로바로 답이 나올 줄 알았는데, 가만히 생각해보게 되는 건 가끔씩이라도 나 자신에게 무언가 물어볼 시간조차 잊고 살아온 때문이리라. 나는 음식 만들기를 좋아한다. 책을 붙들고 공.. 더보기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