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을 출발, 싱가포르에 도착하니 오후 5시가 넘어갔다. 입국금지 물건들에 까다로운 싱가포르라서 꽤 긴장했지만 별 검사 없이 무사히 공항을 빠져나와 지하철에 몸을 실었다. 다양한 피부색의 사람들과 귓가에 들여오는 새로운 언어들로 복잡한 싱가포르가 싱가포르 답다.
호텔이 위치한 오차드거리의 밤은 밝은 불빛으로 환하게 어행자를 반기고, 습하고 더운 온기 속을 걷다가 시원한 오렌지주스로 목을 축이면 그 맛이 꿀맛이다. 오렌지쥬지 자판기를 가져가고 싶을 만큼 맛있는 오렌지주스는 그날 이후 하루에 2번씩 마시는 최애음료가 되었다.
비가 내리는 축축한 다음날 아침, 24시간 운영한다는 뉴튼호커센터를 호텔에서 걸어갔다. 뉴튼역에서 육교를 건너니 뉴튼호커센터의 입구가 바로 보인다. 모닝커피를 주문하는 사람들 틈에 껴서 밀크티와 블랙커피를 주문했다. 달달한 밀크티와 좀 싱거운 블랙커피로 피곤한 아침을 깨운다. 저녁시간엔 또 어떤 모습으로 바뀔지 기대하며 국립미술관으로 향했다.
조금 일찍 도착해서 기웃거려 보니 10시 정각에 오픈한다는 칼 같은 직원이 정문에 서서 버티고 있고, 단체관람객에 섞여 안으로 겨우 들어가니 여기가 어딘지? 어느 입구로 들어가야 할지 몰라 헤매다가 인포메이션 카운터에 물어보니 너무 친절한 직원이 우리를 데리고 안내해 준다. 클룩에서 미리 예매한 상설전시와 특별전시를 포함한 티켓 바우처를 미술관 입구 카운터에 보여주니 입장시간이 아니라고 기다리란다. 나이가 지긋한 직원은 정시가 되자 천천히 바우처를 스티커티켓으로 바꿔주며 우산까지 맡기고 가라고 알려주니 별것도 아닌 데서 사람의 행동 하나하나가 딱딱한 싱가포르에서 친절한 싱가포르로 바뀌는 순간들을 경험한다.
싱가포르 시청과 구 대법원 건물을 이어 리모델링한 건물은 층고가 높고 뻥 뚫린 형태로 건축미를 자랑하고, 싱가포르의 대표적인 화가의 작품, 동남아시아의 회화, 1920~1940년대 파리의 아시아 예술가들 작품... 눈으로 그림 역사를 보며 즐기는 조용한 나만의 시간을 보냈다.
국립미술관에서 걸어가도 멀지 않은 곳에 송파바쿠테가 있다. 미술관에서 길을 건너 스타벅스를 지나면 알록달록 눈길이 가는 올드 힐 스트리트 경찰서도 보이고 바다 냄새나는 클락키에 가까워지면 바로 도착이다. 쫄깃하고 부드러운 돼지등갈비, 푹 고와 감칠맛이 끝내주는 국물을 자랑하는 바쿠테!! 한국에 돌아와서 글을 쓰는 이 순간에도 군침이 돈다.
- - 송파바쿠테 후기
싱가포르 맛집 추천 - 송파바쿠테(Song Fa Bak Kut Teh)
돼지갈비탕에서 소갈비탕맛이 나다니... 우째 이런 일이? 신기해하면서 먹어본 송파바쿠테. 싱가포르에서 오랜만에 입맛에 맞은 음식을 발견해서 그 이름까지 검색해 봤다. 이름하여 "바쿠테" -
makeoasis.tistory.com
오후시간은 호텔에서 잠시 휴식하며 짧은 수영을 즐겼다. 사람 하나도 보이지 않는 호텔수영장에서 한가로운 수영이라니... 이만한 호캉스가 없다. 저녁 먹으러 다시 가본 뉴튼호커센터는 아침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로 바뀌어 있었다. 현지인보다는 외국인이 훨씬 많이 보이고 식사와 함께 술도 즐길 수 있는 안주거리들이 넘쳐났다. 왕새우 두 마리가 빠져있는 새우국수와 사태(치킨)를 시켜 맛나게 먹고 나오는데 식기수거하는 곳 옆에 손을 닦을 수 있도록 수돗물이 콸콸 나온다. 새우와 치킨을 실컷 뜯어먹은 차라 고맙게 손도 한번 닦아주고 야경 보러 출발.
20년 만에 보는 머라이언 공원의 물 뿜는 사자상은 변함없이 나를 맞아주었다. 밤이 찾아오는 싱가포르의 낭만적인 시간, 건너편에서 반짝거리는 마리나베이샌즈를 배경으로 사진 한 장을 남겨본다. 가족들끼리 온 여행객들, 친구들과 신나게 떠드는 현지인들의 모습까지 한데 어우러져 싱가포르의 추억이 하나씩 쌓여간다.
점점 어두워지는 머라이언 공원에 앉아 밤 8시에 시작하는 분수쇼를 보기 위해 기다려본다. 드디어 음악이 울려 퍼지고 마리나베이샌즈 앞에서 분수쇼가 시작됐다. 홍콩의 레이저쇼, 상하이의 야경, 그 다음으로 싱가포르의 분수쇼... 오래도록 기억될 아름다운 밤이다. (분수쇼는 마리나베이샌즈앞에서 보는 게 나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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