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사람 중에 돈가스를 안 먹어 본 사람이 있을까? 어린 시절 외식 메뉴 1순위가 짜장면이라면, 머리가 한참 커져 분위기 좋은 경양식집에서 칼질하는 코스로 즐기던 돈가스는 2순위!! 그 시절 유행하던 가요를 들으면 추억 하나가 몽글몽글 떠오르듯이, 돈가스를 먹을 때 그때 그 시절이 맴맴 도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돼지고기를 얇게 져며 계란옷과 빵가루를 입혀 기름에 튀겨낸 음식. 고무신도 튀기면 맛있다고 했던가? 맛을 논하기 부끄러울 정도로 튀김음식은 참 맛이 좋다. 그 고소함의 끝에 찾아오는 배부름은 작은 행복감으로 이어진다. 그래서일까? 내가 찾아간 돈가스집에는 백발이 된 노부부에서 식탁 위에 머리만 빼꼼히 보일 정도의 키 작은 아이까지, 두꺼운 돈가스 두 장쯤은 거뜬히 해치울 정도의 덩치 큰 장정에서 먹는 건 다 어디로 가는지 홀쭉한 아가씨까지. 남녀노소로 테이블이 꽉 찬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기다리는 시간만 20분 정도 걸렸던 것 같다. 오픈 시간이 오전 11시 반이라 어중간한 타이밍에 걸리면 또 기다릴까 봐 오늘은 일찌감치 도착했다.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을 한 사람들이 벌써 줄을 서고 있다. 다행히 한 번에 와르르 들어가서 먹고 싶은 왕돈까스와 해물볶음우동을 주문하니 5분도 안돼서 음식이 나온다. 인기메뉴 순위 1등과 2등이라 믿고 먹어 봐야지하는 마음으로 주문했는데, 역시 배신을 때리지 않는 정직함!!
돈가스 전문점이라는 편견 탓에 해물볶음우동은 사실 별로 기대를 안 하고 시켰는데, 웬일인가? 중국집 볶음우동보다 더 맛있다. 돈가스와 함께 먹으면 어울릴까 싶어 매운맛으로 주문하길 정말 잘했다. 오징어도 싱싱하고 집게손가락만 한 실한 새우 한 마리가 통통하다. 크기는 작지만 게맛 제대로 나는 작은 게도 제 구실을 다한다. 한 젓가락 입에 넣는 순간, 그 진한 불맛!! 해물볶음우동이 왜 인기메뉴인지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
돈까스 정식은 먹어 본 적이 있어서 이번에 주문한 것은 "왕돈가스". 이름 그대로 특대 사이즈의 돈가스가 나온다. 웃음이 날 정도의 크기와 맛!! 집에서도 가끔 튀김요리를 만들어 먹곤 한다. 중국집에서도 탕수육은 포기할 수 없어서 꼭 시켜 먹곤 한다. 먹을 때는 입안에서 천국을 맛보지만, 먹고 나면 내 입천장은 며칠은 고생을 해야 겨우 원래대로 돌아오곤 하는데... 이곳의 튀김옷은 고소한 대로 부서져서 녹는다. 소중한 입천장을 그대로 보존할 수 있는 바삭한 돈가스라서 머리를 쓰다듬어주면서 칭찬해 주고 싶을 정도다.
돈가스 정식을 먹을 때는 생선가스와 우동까지 먹을 수 있어서 좋았고, 왕돈가스는 크기에 한 번, 바삭함에 한 번 더 놀라는 맛이다. 어른 둘이서 먹어도 배 두들기며 먹을 수 있는 양이다. (결국, 준비해 준 쿠킹호일에 싸와서 다음날 또 먹었다는 사실. 팬에 기름 없이 데워줬을 뿐인데 그 맛 그대로 또 한 번 즐길 수 있었다.)
옆 테이블에 옹기종기 모여앉은 가족들이 무얼 먹나? 곁눈질로 살펴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손자 손녀가 마음껏 먹는 모습이 정겹다. 다음에 오면 다른 메뉴들도 도전해 보고싶어 메뉴판을 미리 훑어본다. 볶음우동맛에 홀딱 빠졌으니, 볶음짬뽕의 맛은 어떨까? 궁금해지기도 하고,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돈가스는 좋아하는데 입천장이 걱정되는 나와 같은 누군가에게 추천하고 싶은 돈가스 맛집 - 홍익돈까스 - 꼭 한번 가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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