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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에세이

당신은 잘살고 있나요?

"잘 먹고 잘살아라."는 말은 상대방에 대한 희망을 포함한 의미로도, 안 좋은 관계로 끝나는 남녀 사이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그러나 잘 뜯어보면, 잘 먹고 잘 산다는 것이 참 쉬운 일은 아니다. 특히, 잘 산다는 표현은 한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 않은가? 

 

도자기가 탄생하기 위한 노력


열심히 노력하는 것만이 전부가 아닌, 보이는 결과물이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던 20대를 보내고 내 손에는 여러 장의 자격증이 들어왔다. 남들은 말한다. 자격증은 많은데 그걸로 뭘 할 거니?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아직 시작도 하지 못한 나에게는 그 말이 자격증만 많으면 뭐 하냐는 말로 들리곤 했다.


제과제빵을 배울 때도 같은 질문을 받았다. "자격증을 왜 따냐?"라고. "내가 할 수 있다고 말만 하면 믿을 수 없잖아요. 자격증을 보여주면 그 사람이 가진 재능을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해주니까요. 내가 열심히 노력해왔다는 걸 말만 한들 누가 알겠어요."


 왜 그렇게 자격증을 따려고 애썼던 걸까? 나는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기 위해 자격증에 매달릴 때도 있었지만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걸 보여 주고 싶었다. 말로만 할 수 있다고 하는 것보다 자격증을 보여주면 구구절절이 얘기할 필요조차 없으니까. 


자격증은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한다. 자격증을 갖춘 사람의 겸손함에서 나온 말일 수 있고, 자격증 한 장 없는 사람의 자격지심에서 나온 말일 수도 있다. 조리사 자격증 시험에서 낙방한 친구에게 위로라고 전했던 말이기도 하지만 내게 자격증은 절대로 종이 한 장 차이일 수가 없다. 자격증 한 장에는 시간과 땀과 정성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꿈만 꾸어도 배가 부른 날들이 이어지는 청춘의 시절. 내겐 해서 안 되는 것은 없었고, 하고 싶었던 것도 꽤 많았는데 그중의 하나가 요리였다. 동네에 하나밖에 없는 빵 맛으로 유명해지는 상상은 제과제빵학원으로, 배낭 하나 매고 세계여행을 즐기는 상상은 어학학원으로, 홈페이지를 내 맘대로 꾸미는 상상은 디지털 디자인 학원으로 나를 이끌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하나씩 더 늘어났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말은 "나는 안돼, 할 수 없어"와 "너는 안돼, 할 수 없어"라는 따위의 말이다. 나는 안 된다고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되묻고 싶다. 얼마만큼 해 봤냐고, 후회되지 않을 만큼 해 봤냐고... 미쳐야 미칠 수 있다는 책 제목도 있지 않은가. 안된다는 말은 자신이 얼마만큼 했는지는 모르지만 할 만큼 했으니 자포자기하고 싶을 때 내뱉는 말이 아닐까? 혹은, 나는 할 만큼 했으니 내 탓은 아니라고 핑계라도 대고 싶은 것은 아닐까?


너는 안된다고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게 되물어야겠다. 타인을 얼마큼 알고 있고, 알 수 있다고 생각하냐고. 자기 자신도 모를 때가 있는데 타인에게 안돼, 할 수 없다고 하는 말은 있을 수 없다. 칭찬과 위로를 해 줘도 모자랄 텐데 기죽이는 말은 절대 입에 담지 말아야 한다. 가장 친한 사이일수록. 주위에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일찌감치 피해야 할 사람이다.


잘살고 있다는 것을 어떻게 정의해야 할까? 아픈데 없이 건강하다는 안부의 인사말로 대신할까 아니면 번듯한 회사에 다니며 부모님께 잔소리 듣지 않는 홀로서기에 성공한 사람에게나 어울리는 말이라고 단정 지어야 할까? 


불확실한 미래를 위한 준비였든, 보여주기 식으로 만들어진 종이 한 장이었든 뜻하지 않게 요긴하게 쓰일 때가 찾아온다. 얕은 지식이라도 보는 시야가 달라지고, 다른 분야에 적용시켜 스스로 응용할 수 있는 바탕이 된다. 이렇게 성장할 수 있는 밑거름 역할이 되는 건 시간과 땀과 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게 잘살고 있다는 것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살아가는 동안 장애물 한 번 만나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실패하거나 후회 한 번 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을까? 또한 여러 갈래의 길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망설이는 일은 다반사 아니던가?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다. 그 힘의 원동력이 어디에서 나오겠는가? 


선택이라는 너무 어려운 단어를 아무렇지 않게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막다른 길로 가지 않기 위해서라도 나를 위한 시간은 아주 많이 필요하다. 미리 준비해서 나쁜 경우는 거의 없을 테니. 내 인생의 주인공으로 살기를 원한다면 내 삶을 내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가는 것이 마땅하다. 남의 손을 빌리지 않고 홀로 당당히 헤쳐갈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삶의 주체로, 내가 주인이 되어 선택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잘살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오늘도 잘살고 있는 당신과 나를 위해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