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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동남아 자유여행 후기 > 3. 호찌민에서 뭘 먹어 볼까?

코로라 시국 전에 베트남 여행을 다녀온 친구가 자기가 알던 베트남이 아니라고, 빵도 맛있고, 쌀국수에 커피에... 어찌나 유난스럽게 칭찬을 하던지. 말로 해 봐야 소용없으니 직접 가서 꼭 봐야 한다고 신신당부 비슷한 걸 한다. 그녀의 흥분된 표정과 상기된 얼굴색이 기억에 남아서 이번 동남아 여행으로 호찌민을 선택했는지도 모르겠다. 


너튜브에서 베트남 여행을 찾아서 보니, 몇 개월 내내 베트남 관련 동영상만 올라온다. 하도 많이 봐서 그게 그것처럼 보일 무렵, 호찌민에서 직접 먹어 본 로컬 음식들 얘기를 꺼내본다. 맛집으로 꽤 유명한 곳이라서 일부러 찾아가 본 퍼 호아 파스퇴르, 반세오 46A, 맛있어서 찾아보니 맛집으로 이미 널리 알려진 껀땀집, 호텔 근처라 무심코 들어가 본 분짜집... 그래도 반 평생 한국살이를 한터라 그 짧은 시간에도 한식이 그리워지는 걸 보면 난 토종 한국사람인가 보다.

 

맛집으로 꽤 유명한 곳이라서 일부러 찾아가 본 [퍼 호아 파스퇴르]


현지에서 맛보는 쌀국수는 어떻게 다를까? 호기심반, 기대반으로 찾아간 곳이다. 워낙 소문이 자자해서 호찌민에 가기 전부터 꼭 가봐야 할 맛집 1 순위로 올려놓았던 곳이기도 하다. 호찌민에서의 이틀째날, 라벨라 사이공 호텔에서 슬슬 산책 삼아 걸어가 봤다. 


한낮의 점심시간에도 손님이 부쩍거리는 걸 보니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하고 더위를 피할 수 있는 2층으로 올라갔다. 에어컨과 선풍기가 있는 작은 공간에 자리를 잡고, 인기메뉴로 손꼽히는 1번과 2번을 주문하고 스프링롤의 맛도 궁금해서 추가했다. 잘 먹고 나서 꼭 이러쿵저러쿵한다고 핀잔을 들을지도 모르겠지만, 내 입엔 쌀국수보다 스프링롤이 더 맛있었다. 쌀국수를 다 먹기도 전에 스프링롤이 먼저 바닥을 보였으니까... 

 

 

호찌민 음식

 

 

 

계산서를 부탁하고 영수증을 받아봤는데, 주문하지 않은 음식이 추가되어 있었다. 베트남 화폐에 익숙하지 않아서 늘 한국돈으로 얼마인지 다시 한번 확인하는 차에 발견한 오점. 일행 한 명이 주인장에게 쫓아가 주문한 음식이 아니라고 설명하니 미안하다고 사과하더란다. 젠장 맛도 맛이지만, 영수증 확인을 안 했으면 진짜 호구될뻔했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 줌마들이라서 바가지를 씌우려고 한 게 아닌가 싶어 나오면서 찜찜한 기분이 떠나지 않았다. 

 

 

핑크 성당에 가면 꼭 들러보고 싶은 [반세오 46A]


우리네 해물파전이 생각나는 반세오. 라벨라 사이공 호텔에서 핑크 성당을 찾아서 헤매다가 덤으로 얻어걸린 반세오 맛집에서 한낮의 출출함을 달랬다. 펄펄 끓는 한낮에 야외에서 음식을 먹는다? 시원한 냉면도 아니고 방금 부쳐낸 부침개를? 콩카페에서 시원한 에어컨 바람을 쐬며 달달한 음료를 한 잔 마신 뒤에 먹는 뜨거운 반세오? 기대 이하일 것이라는 상상은 버려도 좋다. 


얇고 바삭한 피에 숨겨진 숙주와 새우, 삼겹살, 매콤한 고추 몇 개를 빠트린 소스에 찍어 먹으면 우리네 파전과는 확연히 다른 베트남향에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독특한 쌈문화라고 해야 할까? 부침개를 야채에 싸서 먹는다. 근데 그게 또 그럴듯하게 어울린다. 반세오도 반세오지만, 이 집의 부드러운 게 튀김은 진짜 맛있다. 작은 게라 껍질째 튀겼는데도 감칠맛은 살아있고 전혀 딱딱하지 않다. 입천장 다 까지는 튀김만 먹어봤다면 한 입 먹어보고 웃음이 날지도 모르겠다. 

 

 

호찌민 음식

 

 

 

면 말고, 밥이 먹고 싶을 때는 역시 [껌땀부이사이공]


쌀국수도 먹어봤고, 반미도 먹어봤고, 살살 밥이 먹고 싶어 진다. 호찌민에 있는 5일 동안 유일하게 세 번 가서 먹었던 돼기갈비 덮밥집이다!! 호찌민의 하루는 핑크성당을 스케줄에 넣기 마련인데, 그럴 때 반세오 맛집과 콩카페와 함께 묶어서 돌아보면 좋을 듯하다. 아니면, 나처럼 쌀국수와 튀김요리가 살짝 지겨워질 때 찾아가서 먹는다면 한식의 그리움을 조금은 달랠 수 있다.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한국사람이라고 단박에 알아챈 듯 한글 메뉴판을 갖다 준다. 돼지갈비 덮밥보다 등갈비 덮밥의 고기가 좀 더 부드럽고, 이것저것 주문해서 먹어봐도 부담 없는 가격대의 음식점이다. 추가로 시킨 조개 순두부국은 맑고 개운해서 갈 때마다 주문했고, 모닝글로리와 오이피클도 연하고 아삭해서 우리네 김치처럼 곁들여 먹어야 제맛이다. 모닝글로리는 중식처럼 볶아서 나오지 않고 장아찌처럼 절여진 느낌이다. 늦게 가면 모닝글로리와 오이피클은 품절일 때가 많다.


에어컨 빵빵한 호텔방에서 호찌민의 마지막 저녁으로 반세오와 등갈비 덮밥을 포장해 와서 맥주와 함께 실컷 먹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호찌민 음식

 

 

 

라벨라 사이공 호텔 근처에서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분짜안홍]


계절적으로 우기에 해당하는 10월의 호찌민은 역시 하루에 한 번은 꼭 비가 내렸다. 오후에 한 차례 소나기 같은 비가 내리면 더위도 한 풀 물러나는 느낌이라 그 막간은 이용해서 저녁 산책이나 식사하러 다니기에 안성맞춤이다. 호찌민에서 넷째 날, 한 번 시작된 비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배는 고픈데, 빗속을 뚫고 맛집을 찾아 헤맬 엄두는 안 나고, 라벨라 사이공 호텔 근처에서 분짜를 먹고 싶다면 현지인 식당 분짜안홍이 제격이다. 


날이 어두워지면 좀처럼 밖에 나가길 꺼려하지만, 구글에서 검색해 보니 걸어서 5분 거리도 안될 것 같다. 우산을 집어 들고 도착한 분짜안홍은 썰렁했고, 빗방울은 멈출 생각도 안 하고, 분짜세트와 반똠세트를 주문하고 기다리니 하나둘씩 손님들이 들어온다. 처음 먹어보는 분짜다, 이미 껌땀을 먹어본 터라 숯불 돼지고기의 향엔 익숙해져 있어서 별로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팅팅 불어있는 국수는 소스에 담가서 먹으니 신기하게도 사르르 풀어진다. 소스에 들어가기 전과 후가 완전 다른 느낌. 거하지는 않지만 소박한 한 끼로 먹기엔 딱 좋았다.

 

 

호찌민 음식

 

 

 

** 호찌민에서 로컬음식을 먹어본 지극히 개인적인 결론 **


개인의 취향과 식성에 따라 음식맛이야 서로 다르겠지만, 내가 먹어본 호찌민 대표 음식들이다. 더운 나라일수록 튀김음식이 맛있다는 유명하신 백 선생의 말대로 반세오와 반똠, 짜조의 맛은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맛이다. 여러 가지 쌈 채소와 소스를 찍어 먹으며 우리와 다른 이국적인 식문화를 제대로 경험해 볼 수 있다. 숯불 돼지갈비와 너무나 닮은 껌땀은 새롭지는 않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즐기기엔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