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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김치가 사랑이라면, 부추김치는 정(情)이다

밥상에서 빠지면 섭섭한 김치. 한국인에게 김치를 논하지 않고서 음식을 얘기할 수는 없다. 흰 밥에 파김치 한 줄 올려 먹는 맛을 알고 있다면, 오이김치에도 들어가고, 부침개에도 빠질 수 없는 부추는 그야말로 약방의 감초다. 
부추 한 단으로 요기조기에 곁들여 먹을 수 있으니 참 요긴한 야채라 할 수 있겠다. 정구지라고 불리기도 하는 부추는 정을 오래 지켜주는 의미마저 가지고 있다고 하니 톡톡 쏘는듯는 매운 파김치가 자극적인 사랑이라면, 부추김치는 구수한 정이다.

 

부추김치에 들어가는 재료


기름진 음식과 잘 어울리는 부추를 가지고 수육을 만든다. 소고기 사태를 한 근 사 와서 무와 생마늘, 파 뿌리를 넣고 통으로 삶아 낸 후 고기만 건져서 한 김 식혀 둔다. 새송이버섯을 얇게 썰어 밑이 넓은 냄비의 바닥에 깔아준다. 


버섯 위에는 부추 한 줌을 손질해서 집게손가락 길이만큼 잘라서 이불 덮듯이 얹어주고, 맨 위에는 사태를 한입 크기로 저며 썰어 올린다. 사태를 삶은 국물을 자박하게 부은 후 조선간장 한 숟가락으로 간을 하고 센 불에서 끓어내면 국물이 끝내주는 수육이 된다. 간장과 매실청과 식초, 연겨자로 소스를 만들어 찍어 먹으면 술 한 잔 땅기는 훌륭한 안주 겸 한 끼 식사로 손색이 없다.

 

수육의 재료


남은 부추 한 줌으로는 오이 부추김치를 만든다. 오이를 반으로 갈라서 어슷썰기 한 후 소금 한 꼬집으로 밑간을 한다. 소금에 절여지는 동안 양념을 준비한다. 고춧가루, 다진 마늘과 파, 매실청 한 숟가락, 멸치액젓을 섞어 오이와 부추를 넣고 살살 버무려 준다. 참기름 한 바퀴나 약간의 식초를 넣어 먹으면 오이의 아삭함과 알싸한 부추의 향이 어울리는 상큼한 겉절이의 맛을 즐길 수 있다.


나머지 부추로는 부침개를 만든다. 양파와 당근, 버섯을 추가하고 부침가루를 약간만 물에 풀어서 갠 다음 부추전을 만든다. 프라이팬에 기름이 달궈진 후에 반죽을 부어 센 불에서 구워주면 겉은 바삭, 속은 촉촉한 부침개가 완성된다. 초간장이나 양념간장을 찍어서 먹으면 밥 대신 칼로리 폭발하는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다. 마침 비가 오는 날이라면 환상의 짝꿍이 된다. 

 

부추전의 재료


이것뿐인가? 족발에 잘 익은 부추김치를 돌돌 싸 먹으면 맥주를 부르는 안주가 되며, 지글지글 구워 먹는 곱창에도 빠질 수 없는 것이 부추무침이다. 이름도 정겨운 정구지로 이렇게 여러 가지 음식을 더욱 맛있게 먹을 수 있다니 이름값을 하고도 남는다. 


배춧값이 올라도 너무 올라 금치는 못 담그고, 푸릇푸릇한 부추 한 단을 사서 수육에 넣어 먹고, 나머지는 겉절이로 부침개로 먹으니 반찬 걱정이 반으로 줄었다. 예능프로에 파김치가 나와서 군침이 도는 찰나, 부추김치가 떠오른다. 내일은 한 단 더 사다가 정 많은 부추김치를 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