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바구니 물가가 만만하지 않다. 외식을 해도 가성비를 따지게 되고 보니, 한 가지 재료로 만들 수 있는 음식이 뭐가 있을까 고민하다가 김치찜과 감자탕이 떠올랐다. 주재료는 돼지 등뼈가 되시겠다. 회식할 때나 가족 모임으로 식당에서 주문했던 메뉴였는데, 집에서 만들어 보았더니 가성비 최고라고 할 만큼 엄지손가락이 절로 올라간다. 등뼈 하나만 있으면 냉장고를 털어서 김치찜과 감자탕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다.
김치도 간당간당한 데 배춧값이 좀 내렸을까 하고 마트에 간 김에 배춧값이 금값이라 김치 담그기는 당분간 포기하고, 얼갈이는 1단 2,000원에 줍줍, 등뼈 2kg를 10,000원에 사 왔다. 깻잎과 팽이버섯은 요리하고 남겨 둔 것이 있으니 기본재료는 문제없다.
집에 오자마자 등뼈를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준다. 중간마다 찬물을 갈아주며 반나절을 담가 두면 어느덧 맑은 물로 바뀌면서 뼈마디도 깨끗해진다. 큰 냄비를 꺼내서 등뼈를 찬물에 담가 한 번 끓여 본다. 거품과 함께 미처 빠져나가지 못한 핏물이 엉켜 부글거리며 끓어오른다. 흐르는 찬물로 개운하게 목욕시키고 나니 뽀얀 때깔로 반짝반짝 걸린다.
이제 압력밥솥에 넣고 찬물에 된장 한 숟가락을 풀어서 추가 돌기 시작한 후부터 10분 정도 더 끓인다. 김이 완전히 빠져나간 다음, 등뼈는 건져 놓고, 국물은 기름기를 걷어 낸다. 여기까지가 밑 작업.
큰 냄비 두 개를 꺼내서 냄비 바닥에 등뼈를 반반 깔아 준다. 냄비 한 개에는 묵은지를 배추꼬랑이만 잘라서 부채 펼치듯 올려주고, 국물을 간당간당하게 부어준 다음 파, 다진 마늘, 고춧가루, 김칫국물을 첨가하여 조리듯이 끓여준다. 국물이 자작해질 무렵 들기름 한 바퀴로 화룡점정을 찍는다.
얼갈이는 데쳐서 갖은양념으로 밑간 한다. 이미 익혀놓은 등뼈에 양파와 대파, 다진 마늘, 삶은 감자를 냄비에 함께 넣고 끓여준다. 고춧가루, 국간장, 들깻가루로 매운맛과 감칠맛을 내고, 마지막에 팽이버섯과 깻잎을 넣어주면 완성이다. 기호에 따라 당면이나 수제비를 추가하면 식당에서 먹는 감자탕과 비교가 안 된다. 훨씬 깔끔하면서 담백한 맛이 살아난다.
감자탕은 끓여서 바로 먹어도 맛있지만, 김치찜은 다음날 한 번 더 끓여서 국물이 거의 없을 때까지 졸여주면 김치는 찢어먹기 좋은 정도가 된다. 갓 구워낸 김에 밥 한 숟가락 얹고 김치를 쭉 찢어 돌돌 말아 싸 먹으면 환상적인 궁합이다. 등뼈의 살은 쫄깃쫄깃, 부드럽게 씹혀 젓가락으로 쏙쏙 빼서 겨자장에 찍어 먹으면 입에서 살살 녹는다.
아침에 서둘러 장을 봐서 핏물을 빼는 데 걸리는 시간까지 생각하면 반나절, 끓이고, 데치고 등등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기는 하다. 등뼈만이라도 손질해서 끓여놓으면 냉장고에 넣어놓고 다양하게 만들기 나름이니 가성비 최고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오늘, 등뼈 하나로 김치찜과 감자탕의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다 잡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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